문장 사이를 헤집으며 펼쳐낸 저자의 상상은 놀랍다. 김홍림 일러스트레이터의 말은 없으나 이야기가 가득한 그림과 만나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소개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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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jubookcity 🌳#지숲신간코너|4월 4주차📚
문장 사이를 상상하기
🪞 진화 신화
출판 #에디토리얼 @editorial.books
글 #김보영 @kim_boida
그림 #김홍림 @kim.hong.rim
우리는 그간 과학의 발전 혹은 쇠퇴와 질병에 의해 미래 인류가 진화하거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읽고 보아왔다. 반대로, 과거 인류가 살았던 어떤 시절, 모든 종이 서로 섞여 한 생에 내 몇 번이고 진화했다면. 욕망 혹은 욕심, 살아가는 모습에 따라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꾸만 변해버렸다면 어떨까.
어질고 정치도 잘해 ‘고구려 국가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던 것으로 짐작되는 고구려 6대 왕 태조는 《삼국사기》에 의하면 146년 동생 수성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별궁에서 은거하다 11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과거의 기록엔 아무리 후대인들에 의해 변형되고 삭제된다 하더라도 분명 이상한 일들이 많다. 왕의 잘못에 하늘이 노해 벌을 내리고, 본 적 없는 생김새를 한 존재를 믿거나 신성시 여겼다. 태조왕 시기의 기록을 모아 살펴도 그렇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과는 달리, 《후한서》에는 태조왕의 사망한 해가 44해나 빠른 121년으로 기록되어있다. 수성의 쿠데타로 왕위를 빼앗기지도 않았으며, 수성의 족보 또한 기록마다 다르다. 기록이 다른 것도 이상하지만, 태조왕이 왕위를 물려준 이후 그렇게나 오래 살았다는 사실도 이상하다.
기록에 의존해 과거 인간의 삶을 추적하고 짐작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나 ‘비상식적인’ 기록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이 소설은 《삼국사기》에 기반하여, 그 시절 기록의 부재와 혼란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신화 같은 이야기, 환상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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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소개 글 전체 원문은 @pajubook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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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절반 즈음 읽자마자 친구에게 ‘진짜 재밌는 소설을 읽었어!’하며 눈을 반짝이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전했다. 생각해봐, 과거 우리가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거야. 온갖 재물과 음식을 탐하면 배가 늘어지고 다리가 짧아진대. 인간의 모습을 지속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 거야.
『진화 신화』는 SF 작가 김보영의 소설 중 가장 많이 출간된 소설이자, 미국과 중국 웹진뿐 아니라 개인 영문 단편집으로도 출간되었던 단편이다.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이미 가장 많은 판본에 수록되었을뿐 아니라, 북펀딩을 통해 단행본으로 새롭고 단단하게 만들어질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받는 중이다.
후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삼국사기》의 행간에서 신화와 역사가 혼재된 이야기를 상상하며 놀곤 했다.” 문장 사이를 헤집으며 펼쳐낸 저자의 상상은 놀랍다. 김홍림 일러스트레이터의 말은 없으나 이야기가 가득한 그림과 만나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마지막엔 저자가 상상하며 놀았다던 《삼국사기》 원문 일부도 실려있다.
자, 우리도 저자에게 질 수 없다.(!) 책을 다 읽었다면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를 샅샅이 살피며 마음 가는 대로 상상해보자. 상상에 상상을 더해, 빈 문장 사이를 가득 채워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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