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포럼 #28_권윤덕



<권윤덕의  그림책이야기 /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힘은 무엇일까>

2020. 07. 02(Thu) pm7:00




1. 작업이 잘 안풀릴때 밀고 나가는 힘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면 끊임없이 할 수 밖에 없다. 

민중미술을 할때는 ‘전시장에 몇명이나 와서 볼까?’라는 회의감이 들고

‘그림을 왜 그릴까’라는 질문에 이유가 없어서 힘들었다.

그러다가 그림책을 만났고 계속 그릴 이유가 생겼고, 수입도 생겼다.

작가에게 재정적인 면도 굉장히 중요하다.



2. 소재나 주제의 선택 기준이 있나요?

여러분은 작업할때 책이 될 수 있을지 감이 오는가?

좋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막상 시작하면 별게 아니게 되기도 한다.

평소에 작업노트에 많이 적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들이 어떠한 상황이나 생각과 부딪힐때 생기는 창의성이 있다.



3.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중에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좋아하는 것은 잘하게 된다.

자세한 문양을 그리기좋아하는데 많이 그리다보니 기법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발견하고 계속 만들어나가면서 자기만의 주제, 기법을 찾는게 좋다.



4. 그리고 싶은 것과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직도 어린이 대상의 그림책이 주류이며 구매하는 것은 어른이다.

출판사와 작가 사이의 조율이 중요하고 요즘엔 독립출판도 많이 하지만

출판사와의 출판 경험도 해봤으면 한다.





<만희네 집>에  대해서

그림으로 실패하고 다 포기한  후에 시댁에 들어갔었고

세끼 밥을 하면 시간이 다 가버렸다.

아무것도 못하고 주저앉으면 아무것도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집을 그렸다. 대문가서 대문 그리고, 부엌에 앉아서 부엌 그리고…

생활 속에 아주 깊숙히 들어가있었기 때문에 취재가서 그렸으면 이렇게 못그렸을 것 같다.

기술보다도 현장감과 생생함이 중요하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작가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삶과 그림이 일치하는 작가정신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들어가서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다.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과 싸우는 것

어릴적 엄희자 만화가의 순정만화를 좋아했다.

그때 좋아했던 화려한 문양들의 아름다움이 <꽃할머니>까지 가져와졌고

1년간 고려시대 불화 화집을 확대하고 복사해서 따라그리며 문양 공부를 많이 했다.



기록화

설날의 서울역 풍경이 궁금해서 촬영을 갔을때,

서울역의 모든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고있지만  노숙자만이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촬영하는 동안 무섭기도했지만 내가 알수 없는 것들을 그려보면서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일과 도구>취재

넓은 세계를 그리는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구두 공장, 중국집 등을 촬영하면서 거절을 당하기도하고 어려움이 많았지만

몇개월간 가게의 단골이 되기도 하고 친해지면서 끝내 그림책에 필요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취재가 힘들어서 내면의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억과 감정의 정치동학

감응 > 재현 > 그림책


<식스틴>을 구상할때는

‘민주주의’ 단어가 들어간 책은 모두 빌려서 펼쳐놓고

머리에 우겨넣었다. 이런 것들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꽃할머니>때 아이들이 보내준 편지를 받고

혹시 그림책에 편향적인 생각이 들어가진 않았을까?하고

작가의 영향과 책임감에 대해 돌아보게 했던 작가 성찰이 있었다.

고로 아이들과 학부모 의견을 계속 모니터링하려고한다.


<꽃할머니>를 일본에서 출간하는데에 13년이 걸렸는데

내 작품에 대한 애정과 내 분신이 무시 당하고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작품을 지켜내는 것이 쉽지않다. 자기 발언이 ‘보편적 시각’으로 정당해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추가질문

그림책을 만들때 어떻게 타겟층을 정하시나요?

요즘은 세계시민교육이 많이 퍼져있어서 사회관련 그림책이 교육자료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타겟층인 아이들과 교육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은지,

요즘 책방에는 어떤 책이 진열되어있는지, 어떤 책을 해보고 싶은지 생각해보는걸

추천한다.


감정기복과 컨디션 관리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일주일 간 한 장면에 집중하기도 하는데

매번 ‘선’이 다르고 그 중에 잠을 푹 자고 나온 '선'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수도 없이 해봐야 되는거라고 생각한다.



* 녹취록에서 요약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