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포럼 #27_이지선


<내가 토끼였을 때/ 뉴 그림책, 새로운 시선>

2020. 01. 18(sat) pm2:00



<내가 토끼였을 때> 

사실 이건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작업이에요. 작업이 막히던 때, 매일 5분에서 1시간 안에 한 페이지씩만 그리기로 하고 시작해서 조각처럼 해오던 작업들이죠. 그리고 메타픽션을 공부하게 되면서, 파편들이 모이면 연속적인 시퀀스가 될 수 있겠다 싶었고 메타포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은유하는 건 남에게서 배울 수 없어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만 내 작업에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내 안의 시각적 메타포를 끌어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전의 작업들을 되돌아보며 무의식적으로 작업들에 들어있던 시각적 메타포를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검은 사자>, <커다란 새>… 나에 관한 공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지 메타포 구성 원리

현실과 환상의 중첩 : 모호한 속성

불연속적 내러티브 : 이미지 조각의 비연결성과 메타포

주관적 성찰 : 사적 표현의 탐구

미학적 형식의 유사성 : 시각적 시퀀스


사사무애(事事無碍)

이야기, 비주얼 이미지, 꿈의 조각, 사유의 기록이 계속 이어졌어요. 

보편적인 그림책에는 7가지 금기 카테고리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림책에서 이야기는 금기를 깨면서 시작되죠. 내러티브, 아트, 문화의 경계를 넘는 그림책의 확장성… 작가로서 중요한 것은 새 판을 주체적으로 짤 수 있는가, 내 책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죠. 삶이 힘들더라도 작가로서는 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토끼였을 때> 책은 

창작가의 노트 - album amicorum, commonplace note

한 개인의 영혼이 드러나는 오래되고 진기한 노트 - 특별한 정서와 감각

비망록 - 개인 저작의 초기 버전 스크랩북

위 레퍼런스로 자료조사를 해서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작가로서 편집자는 첫 번째 독자. 내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첫 번째로 통과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내 작업에 대해 설득력이 있어야 해요.


<dear wolf ghost wind>

이야기 - 이미지 - 연상 메타포의 모듈화 (처음과 끝이 수미상관으로 연결되는 것)

기억의 필터, 요소들의 구분 ⇒ 중첩화

픽션에 관한 이야기.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작업이에요.





뉴 트렌드 뉴 그림책


<Motion Silhouette>

현실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

그림책을 만들 때, 플롯이 없더라도 관념적인 것에 대한 연구는 필요해요. 내가 잘하는 게 이 지점인데 다른 쪽을 하고 있으면 안되겠죠. 내가 지나온 서랍 속을 다시 봐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은 그림책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어요. 


Tara Books - 크리에이터들의 공동체

'사실은 이렇게 만들고 싶었던 책'

시대와 싸워야 새로운 형태를 낳아요. 분화 아닌 공존으로, 순환적인 영향력… 자기검열 하지 않고 공존하며 계속해서 영향력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있어요. 이 작업이 되고 안되고를 따지기 보다는 그냥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것 같아요. 문화전파의 의미를 담고 출판사가 레지던시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새로 나온 책에 관해 좀 더 얘기해주세요! <내가 토끼였을 때>

외국 출판사는 이런 종류의 책을 내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먼저 그림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주얼 다이어리에 관한 책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세 곳 출판사와 연결이 되었는데 각각 조건들이 있더라고요. 장고의 악수를 둔다고… 시간은 많이 지났는데 트렌드에는 떨어지게 될 수 있어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던 출판사와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책을 내게 되실 때, 출판사에서 쉽게 책을 내주지 않더라도 얘기를 하다 보면 풀리는 일도 있으니까 너무 다른 출판사를 찾지 않아도 될 거예요.


글 없는 그림책과 같이 작업할 때 작가와 독자의 의사소통에 있어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독자 대상을 설정하고 작업하느냐 아니냐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작업이 이해될까 아닐까를 고민한다면 독자가 정해서 있어 그렇겠죠. 정말로 자기가 쓰려고 하는 메시지와 목소리가 있다면 독자를 상정하는 건 마케팅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독자가 이해해야만 판매가 되고 판매가 되어야만 소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작가들이 흔들리게 되고, 그렇게 힘들어하는 작가를 너무나 많이 봤죠. 

작업을 어떻게 보여줄까? 작가는 주제를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해요. 주제는 같을 수 있어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작가가 훨씬 많아요. 하나의 주제라도 100이면 100 다른 작업이 나오거든요. 내 작업을 어떻게 다른 작가와 구분해서 보여줄지를 고민해봐야 해요. 그러다 보면 고민이 많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보기에 힘들 수도 있지만요. 모두 이해시킬 필요는 없어요.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요즘에 갖고 계신 고민이나 관심사가 있나요?

풀어내고 싶은 명확한 주제가 있을 때, 어떻게 잘 풀어낼지… 항상 같은 고민이에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떤 상징과 은유로 풀어내서 적절하게 포장할까. 주제가 드러나지 않게 약간은 모호하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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